
우리나라의 소중한 역사적·사회적 기록 유산들이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을 넘어 세계적인 가치를 공인받았다.
국가유산청은 등재 신청을 추진해 온 ‘단원고 4.16 아카이브’와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최된 제11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위원회(MOWCAP) 총회 심사를 거쳐 최종 등재되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총회는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진행되었으며, 두 기록유산은 아태 지역의 중요한 역사적·문화적 자산으로서 그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았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위원회는 지난 1포인트 1998년에 설립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프로그램(MoW)을 위한 지역 위원회로서, 아태 지역 내에서 세계기록유산 프로그램의 활성화와 활용을 도모하며 2년 주기로 지역목록 등재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번에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에 이름을 올린 ‘단원고 4.16 아카이브’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로 희생된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의 생전 일상과 국민의 추모 활동, 그리고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처절한 회복 노력에 대한 235,220점에 달하는 방대한 기록물을 담고 있다. 특히 이 아카이브는 정부나 기업 등 공공 기관의 관점이 아니라, 세월호 침몰 사고의 유가족과 생존자, 그리고 사고 발생 및 수습 과정을 곁에서 목격했던 일반 국민의 관점에서 작성된 민간 기록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아왔다.
재난이 초래한 사회적 실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유가족과 국민이 직접 목격했던 사실과 공유했던 감정, 개인과 가정 그리고 지역사회 공동체가 겪었던 상처와 회복 노력이 아카이브 전반에 깊이 배어 있다. 민간에서 아카이브를 형성하는 기록 과정 자체야말로 사회적 재난의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역사적 과정이라는 점에서 깊은 의미를 지니며, 사회적 기억과 연대, 공동체 회복의 가치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기록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함께 등재된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은 한반도 전통 조리 지식에 대한 소중한 기록물로,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식문화와 지혜를 전해주는 귀중한 문헌이다. 이 중 ‘수운잡방’은 조선 시대 민간에서 쓰인 최초의 조리서라는 점에서 그 역사적 중요성을 인정받아 지난 2021년 조리서로는 유일하게 보물로 지정된 바 있다.
‘수운잡방’이 남성이 쓴 한문 조리서라면, ‘음식디미방’은 여성이 쓴 최초의 한글 조리서라는 점에서 두 문헌이 상호 보완적인 학술적·문화적 가치를 지닌다. 수운잡방의 조리 지식은 혼인을 통해 다른 가문으로 전파되었으며, 1607년 수운잡방 후편 저자의 사촌조카인 김사안이 이시명과 혼인하면서 양 가문이 활발히 교류한 역사적 배경을 지니고 있다. 김사안 사후 이시명이 장계향과 재혼하였고, 장계향이 남편 가문에 남았던 수운잡방의 조리 지식 일부를 수용하며 조리서 저술 기반을 다진 끝에 1670년대에 ‘음식디미방’을 저술하게 되었다. 이 과정 속에서 두 조리서는 130여 년의 시차 속에서도 주류 6종과 요리 1종의 조리법을 공유하며 한반도 고유의 식생활 전통을 면면히 이어왔음을 보여준다.
오늘날에도 두 조리서는 교육과 산업,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 거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운잡방을 토대로 복원한 현대의 진맥소주는 국내외에 활발히 유통되고 있으며, 두 조리서 속 음식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조리되어 지역의 소중한 관광 자원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두 조리서는 오늘날에도 다방면에 걸쳐 공동체의 지적 자산으로서 활발히 활용되며 기록유산적 가치를 끊임없이 창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2024년 10월 14일부터 12월 20일까지 대국민 공모를 실시하여 다양한 기록물들을 접수받았으며, 전문가 및 세계기록유산 한국위원회 위원들의 전문적인 의견을 수렴하여 ‘단원고 4.16 아카이브’와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을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 등재 신청 대상으로 최종 결정하였다. 이어 2025년 9월 유네스코에 정식 등재신청서를 제출하였고, 이번 국제 무대에서 소중한 결실을 맺게 되었다.
이번 아태 지역목록 등재로 인하여 우리나라는 국제목록 20건과 아태 지역목록 8건을 합쳐 총 28건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는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기록문화 강국으로서의 국제적 위상을 한층 더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유산청은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숨겨진 소중한 기록유산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를 확대해 나가는 적극행정을 지속적으로 실천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우수한 기록문화를 국내외에 더욱 널리 알리고 전 세계에 그 가치를 공유해 나갈 계획이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