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불티가 물 한가운데로 흩날리며 떨어진다. 어둠을 배경 삼아 춤추듯 번지는 붉은 선들, 제 몸을 태워 없애는 순간에야 검은 숯가루는 가장 눈부신 빛을 뿜어낸다.
가을 초입의 경남 함안군 무진정(無盡亭) 앞 연못은 관람객으로 붐볐다. 무진정은 조선시대 문신 조삼이 1542년 후진을 양성하고 여생을 보내기 위해 세운 정자다. 이날 연못가를 채운 관람객 중 1500명은 ‘2026 함안낙화놀이 재팬 스페셜 데이'에 참석한 일본인 관광객이었다. 야외 부스에는 일본어 안내문이 가득해 일본 여행을 온 듯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한 일본인 관광객은 "한국 드라마를 보고 서울과 부산을 다녀왔는데, 일본인 여행 유튜버의 영상으로 본 함안 낙화놀이를 꼭 와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함안 낙화놀이의 정확한 기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조선 선조 때 함안군수 정구가 군민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부처님오신날에 시작했다고 전해지며, 옛 문헌 '함안총쇄록'에는 1890년과 1892년 사월 초파일 읍성 전역에서 낙화놀이를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 민족문화 말살정책으로 중단됐다가 1960년 괴항마을 청년회가 무진정에서 재연했고, 1985년 함안군과 함안문화원의 지원으로 정례화됐다. 2008년 경상남도 무형유산으로 지정됐으며 지난해 ‘2025 한국관광의 별' 지역특화 콘텐츠 부문에 선정됐다.
핵심 원리는 화약의 순간적 폭발이 아닌 숯의 완만한 연소다. 수면 위 3m 높이에 매달린 낙화봉은 약 2시간 동안 끊임없이 불씨를 털어낸다. 낙화봉은 1회 행사에 2500~3000여 개가 쓰이는데, 보존회 회원과 괴항마을 주민들이 하나하나 손으로 빚는다. 마을 뒷산에서 간벌한 참나무를 전통 방식으로 구워 숯을 만들고, 곱게 빻은 숯가루를 한지에 담아 광목 심지와 함께 꽈배기처럼 꼰다. 너무 느슨하면 불이 한꺼번에 타오르고 지나치게 조이면 타다 꺼지는 만큼 숙련된 손길이 필요하다. 전국 전통 낙화놀이 중 화약이나 소금, 유황, 쑥가루 등 부재료 없이 순수 참나무 숯가루만 고집하는 곳은 함안이 유일해, 불꽃이 은은하고 연기와 자극적인 냄새도 없다.
축제가 시작되면 전통 복식을 갖춘 사공들이 나룻배를 띄워 횃불로 낙화봉에 불을 붙인다. 피리와 해금의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수천 개의 붉은 점이 어둠 속에서 숨을 쉬기 시작한다. 정점은 '줄치기'다. 진행자들이 긴 장대로 낙화봉이 매달린 줄을 힘껏 치면 불티가 한꺼번에 쏟아져 붉은 폭포가 되고, 관람석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온다. 불꽃이 비친 연못은 거울이 돼 물속에서도 불꽃이 피어오르는 듯하다. 한 60대 일본인 관광객은 "한국의 전통 불꽃놀이를 직접 보니 특별한 추억이 될 것 같다"며 지인들에게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귀를 때리는 폭음 대신 은은한 불빛이 시선을 사로잡는 이 시간은 한국적인 여백의 미를 응축한 듯하다. 밤이 깊어 불꽃이 잦아들면 수면은 검은 고요를 되찾지만, 자리를 떠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붉은 홍조가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