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신화극장] 백두대간 대관령
안녕하세요. 한나라입니다. 신화는 시간에 새긴 신들의 연대기가 아니라, 세상을 만들어간 인간의 마음이 남긴 흔적입니다. 그래서 신화는 시간이 낡아도 사라지지 않고, 오늘도 우리의 가슴 속에서 숨처럼 되살아나 이야기가 됩니다. [3분 신화극장]은 신들의 이름을 빌려 인간의 얼굴을 비추는 등불입니다. 이제, 이야기의 문을 열어볼까요. Let’s go.
오늘은 강릉과 평창 사이, 아흔아홉 굽이 고갯길에 수많은 사람의 한숨과 소망을 품고 있는 산, 대관령으로 떠나보겠습니다.
아주 오래전, 강릉에 사랑하는 아들을 둔 한 어머니가 살고 있었습니다. 아들은 서쪽의 먼 고을로 장사를 떠나야 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의 손을 꼭 잡고 당부했습니다.
“대관령을 넘을 때는 서두르지 말거라. 길이 험하니 발밑을 살피고, 날이 저물면 반드시 쉬어 가거라.”
“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하지만 대관령은 사람의 약속만으로 넘을 수 있는 고개가 아니었습니다. 구름이 산허리를 감싸고, 바람이 나무를 뒤흔들었습니다. 아들은 길을 잃었고, 밤은 깊어졌습니다. 그 시각, 집에서 아들을 기다리던 어머니는 마당에 등불을 밝혔습니다.
“산신님, 제 아들이 무사히 돌아오게 해주십시오. 제게 큰 복을 바라지 않겠습니다. 그저 제 아이가 살아서 이 문을 열고 들어오게 해주십시오.”
어머니는 밤새 등불을 끄지 않았습니다. 그때 대관령 깊은 숲속에서 한 노인이 나타났습니다. 흰 수염은 눈처럼 길었고, 눈빛은 별처럼 빛났습니다. 노인이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젊은이, 너는 무엇을 찾아 이 험한 산을 넘느냐?”
“돈을 벌어 어머니를 편히 모시려고 합니다.”
“효심은 귀하다. 그러나 네가 돌아가지 못한다면 그 돈이 무슨 소용이겠느냐?”
노인이 지팡이로 땅을 세 번 두드리자, 안개가 조금씩 걷히고, 희미한 달빛 아래 길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기억해라 길은 빨리 가는 사람에게만 열리는 것이 아니다. 돌아가야 할 곳을 잊지 않는 사람에게도 열린다”
아들은 노인에게 깊이 절하고 산을 내려왔습니다. 날이 밝자 어머니의 등불 아래 아들이 서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아들을 끌어안았습니다. 아들도 어머니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날 이후 사람들은 대관령을 넘기 전 산을 향해 두 손을 모았습니다. 누군가는 무사한 귀향을 빌었고, 누군가는 떠나는 가족의 안녕을 빌었습니다. 또 누군가는 고개 너머에 두고 온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더 빨리, 더 멀리 가는 법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정작 돌아가야 할 곳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요? 대관령은 오늘도 두 세계 사이에 서 있습니다. 떠나는 사람과 돌아오는 사람, 만남과 이별, 욕망과 그리움이 이 고개에서 서로의 길을 건넙니다.
한 편의 작은 드라마, [3분 신화극장]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한나라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